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이라는 놈은 너무도 빠르게 급속도로 보급되었습니다.
아직까지 다른나라에서 ISDN이 먹히던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전인구의 절반이상이 집집마다 들어온 초광대역 통신망의 수혜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 탓에 우리나라의 네티즌들은 다른나라 네티즌과는 달리 상당히 참여적이며 주체적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묘사는 일반론적인 내용입니다...)

다른 나라의 네티즌들과는 달리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경쟁적으로 개인 홈페이지라는 세상에 뛰어들었지요. 이러한 시대조류에 편승하여 각 포털들은 기본이고, '하이홈' 같은 무로 개인 홈페이지 계정 제공 전문 서비스도 등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 네티즌들은 세계의 수많은 네티즌들중에서 선구적으로 자기 홈페이지에 '게시판 프로그램'을 도입하였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전통은 계속해서 내려와, 다른 나라보다 앞선 시점에 '제로보드', '이지보드' 등의 자신의 인터넷 서버 계정상에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경쟁이 시작되기도 하였지요...

난세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약 2년전쯤을 기점으로 우리나라의 게시판 프로그램계는 '제로보드'가 통합하여 접수하여 버렸습니다.

물론 '제로보드'이외에 다른 게시판 프로그램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싫증을 잘 내는 특성을 '스킨'이라는 방식으로 타개하여, 결국은 국내의 게시판 프로그램들중에서 가장 방대한 양의 '스킨'을 보유하면서, 사실상 온라인계를 독과점적으로 점유하여 버렸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제로보드는 서서히 망령이 되어가기 시작합니다...

제로보드는 이미 2002년도 여름을 마지막으로 기능의 개선은 사실상 끝난 놈입니다...
(2002년 6월에 등장한 제로보드 4.1 pl2이후로는 발표 간격이 심하게 벌어졌고, 거기다가 심각한 보안문제 이외에는 새 버전이 나오지도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제로보드가 퇴출당하지 않고, 버티는 비결은 위에서도 이미 언급했듯이 '스킨'의 힘이 매우 큽니다...

마지막 제로보드 (제로보드 4.1 pl2)가 등장한 이후, PHP와 MYSQL은 메이저 업그레이드까지 있었던 상황입니다... 현재의 제로보드는 최신판의 PHP와 MYSQL과는 공존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제로보드는 결과론적으로 국내 웹호스팅계의 부실화를 불러왔습니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제로보드만을 사용하기에 웹호스팅 회사들은 더이상 PHP와 MYSQL을 신형 버전으로 교체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외국산 신형 웹프로그램들이나 태터툴즈 같은 신 버전의 PHP / MYSQL에 기반한 웹프로그램들은 현재 편히 발붙이고 있을 곳이 없는 암울한 상황이 찾아왔습니다.

저도 그래서 그동안 귀찮음때문에 그냥 관성적으로 제로보드를 사용하던 습관을 접고, PHPBB나 그누보드로 전환중입니다...

(본인이 2003년 봄부터 운영중인 제로보드 기반의 영화 '클래식' 팬사이트도 현재 그누보드 기반으로 공사중입니다...)

당장은 많은 Legacy가 있는 제로보드쪽이 조금 속이 편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Legacy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오히려 현실의 구현을 발목잡는 역습이 벌어질 (그리고 현재도 벌어지고 있는) 것이 뻔하기에....

더이상 업데이트의 희망이 없는 제로보드 대신에 다른 신천지도 옮겨가는 새로운 추세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